에이지투웨니스의 모델로 선정되었어요. 뷰티 화보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요? 제가 뷰티 브랜드의 모델이 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화보 촬영을 기다리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웃음) 조금 부끄러웠지만 열심히 촬영했어요.
오늘 스튜디오에 김희진 선수의 팬이 아주 많았죠. 촬영이 끝난 직후엔 마치 팬 사인회 현장에 온 것 같더라고요.(웃음) 도쿄 올림픽 이후 높아진 인기를 언제 실감해요? 거리에서 저를 알아봐주는 분들이 이전보다 많아졌어요. 고맙다, 수고했다, 여자 배구 대표팀 덕분에 삶의 활력을 얻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죠.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전보다 20배 가까이 늘어서 약 40만 명이 되었어요.
‘잘생쁨’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잘생겼다거나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죠.(웃음) 둘 중에선 ‘잘생겼다’는 말이 더 좋아요. 외모뿐 아니라 내면까지 아우르는 단어인 것 같거든요.
잘생긴 내면을 위해 김희진 선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요. 오늘은 운동에 몇 퍼센트의 에너지를 쏟아부었는지, 얼마나 시합에 대비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물어보죠. 이런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직접 묻고 답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 던진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며 내면을 다지고 있어요.
요즘 예능 프로와 라디오 등 여러 매체에 자주 출연하고 있어요. 제가 방송에 나가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방송을 계기로 저를 비롯한 여자 배구 대표팀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의 시선이 V-리그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더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고요.
많은 사람이 여자 배구 선수들을 롤 모델로 꼽고 있어요. 선수들의 어떤 지점을 본받고 싶어 하는 걸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활기차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롤 모델로 삼아주는 듯해요. 배구는 물론이고 다양한 종목의 많은 선수들이 선한 영향력을 퍼뜨릴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야 할 거예요.
도쿄 올림픽이 끝난 후 인스타그램에 ‘모든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마다 진심으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라는 말을 남겼어요. 코트에 올라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얻나요? 팀 동료들, 팬들 그리고 가족이요. 이들이 있기에 제가 좀 더 힘을 낼 수 있었고, 저 자신의 성장을 생각할 수 있었어요.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을 때, 이 시간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생겼죠.
김연경 선수를 비롯해 도쿄 올림픽에서 활약한 일부 선수들이 은퇴를 선언했어요. 오랜 기간 함께 뛰다가 먼저 떠나는 선배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떤가요? 처음엔 속으로 어리광을 부렸어요. ‘언니들, 나도 데리고 가!’ 하면서요.(웃음) 그런데 언니들도 과거에 선배들을 떠나보내는 시기를 겪었잖아요. 선배들과 후배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는 것이 저와 비슷한 연차의 선수들이 해야 할 일일 거예요. 이번 세대교체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구의 황금 시대를 이끈 주축이 되어준 언니들이 빠졌으니까 이제부턴 그 빈자리를 채워줄 내실을 다지며 다음 황금 세대를 만들어가야죠. 특히 미들 블로커 포지션의 후배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요.
2010~2011 시즌 V-리그 당시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입단해 꾸준히 활약 중이에요. 팀에서 김희진 선수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한 발이라도 더 뛰고, 한 번이라도 더 공을 때리려고 노력해요. 제 제스처가 큰 편이라 팀의 분위기를 잘 이끌려고 하고요. 코트에서 절대로 조용히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기고 있을 땐 물론이고, 지고 있더라도 점수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경기에 몰입해야죠.
타고난 신체 조건이 득점에 도움이 되기도 하겠죠? 타고난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전 제 신체가 철저하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더 잘할 수 있도록 자신을 채찍질하는 편이거든요. 몸 상태에 따라 운동 패턴을 달리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김희진 선수의 일상 속 모습도 궁금해요. 자신의 일상을 배구 포지션에 비유한다면 무엇일까요? 확실히 공격수는 아니에요. 일상이 스펙터클하진 않거든요. 아마 리베로나 세터일 것 같아요. 쉬는 날엔 많이 자고,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최대한 편하게 휴식을 취해요.
코트 위 모습과 자못 다르네요. 쉴 때 MBTI 검사를 하면 INFP가 나오는데, 사람들 앞에 섰을 땐 ENFP더라고요. 평소엔 내향형이지만 밖에서는 타의적 외향형이 되는 거죠.(웃음)
코트에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예요? 핀치에 몰린 급박한 상황에서 블로킹에 성공했을 때. 우리 팀의 사기가 올라가고, 상대에겐 상실감을 안겨주는 짜릿한 순간이죠. 분위기만 보면 2~3점짜리 득점일 거예요.
그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소바!”(웃음)
다른 종목에 비해 배구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배구는 말 그대로 단체 종목이에요. 코트에 선 6명의 선수들이 공을 한 번씩 터치하며 경기를 이어가야 하니까 서로를 깊이 배려해야 하죠. 각자 공을 잘 받고, 토스하고, 공격하면서 하나가 되어야 멋있는 경기가 펼쳐져요.
약 10년간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어요. 무엇이 김희진 선수를 쉼 없이 코트에 오르게 하나요? 배구 선수로서 못 이룬 꿈이 아주 많아요. 일단 10월에 시작되는 2021~2022 시즌 V-리그에서 챔프전 우승을 해 유니폼에 별 하나를 더 달고, 앞으로도 별 개수를 계속 늘려가면 좋겠어요. 그리고 파리 올림픽에 도전하는 것도 큰 꿈이에요. 후배들을 잘 이끌고 저도 더욱 노력해서 2024년에 또 한 번 올림픽 무대에 오를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배구 선수로서 가진 최종 목표는 뭔가요? 은퇴하고 싶을 때 은퇴하기. 몸이 아프거나 선수로서 수명이 다해서가 아니라, 저 스스로 지금이 은퇴해야 할 시기라고 느낄 때 멋있게 내려올 거예요.
그 생각이 언제쯤 들 것 같아요? 글쎄요.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니 아직 한창인가 봅니다.(웃음)
응원하겠습니다.(웃음) 김희진 선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를 향한 사랑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더 나아가 저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V-리그에 많은 성원 부탁드리고,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 이후 경기장에서 꼭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자 배구 팬들과 ‘김희진 주접단’에 감사해요.
잊을 수 없는 팬들의 주접을 하나만 알려주세요. 세계가 사랑한 ‘삼대진’이 있대요.(웃음) 이매진, 빌리진 그리고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