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 특유의 밝은 기운이 멤버 수에 비례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둘뿐인데도 촬영 내내 장난과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승희 둘만 있어도 엄청 시끄러워져요.(웃음) 그래도 일은 일사천리로 잘 진행돼요. 비니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어서 누가 텐션이 떨어졌다 싶으면 옆에 있는 사람이 잘 맞춰줘요.
오늘처럼 둘만 있을 땐 어떤 얘기를 해요? 승희 진짜 별의별 얘기를 다 해요. 비니 일상 얘기를 많이 하죠. 승희 언니 고양이 ‘마샹’(마라샹궈의 준말) 얘기 같은 거. 저는 고민도 잘 털어놔요. 제가 주변 사람들한테는 고민을 잘 얘기하지 않는 편인데, 승희 언니는 제 고민을 다 알고 있어요. 남들한테는 쉽게 말 못 할 것을 언니한테는 편하게 얘기해요. 사실 고민을 해결해주는 건 어렵잖아요. 언니는 고민을 들어주기만 해도 상대방에게 위안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늘 제 얘기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줘서 저도 마음 편하게 얘기하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땐 어땠어요? 지금과 같은 사이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나요? 비니 낯을 많이 가리는데, 승희 언니는 이상하게 처음부터 편한 느낌이었어요. 언니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에너지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언니랑 빨리 친해졌어요. 승희 다른 멤버들에 비해 늦게 합류했는데, 그때 비니가 엄청 잘 챙겨줬었어요. 되게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요즘 오마이걸은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요. 음악도 예능 프로도, 오마이걸이 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어요. 승희 허허.(웃음) 약간 그렇습니다. 비니 예전에 비해서는 사람들이 저희 음악을 많이 들어주고 멤버 한 명 한 명을 더 궁금해하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오늘처럼 둘이 화보를 찍을 기회도 생겼고요.
이렇게 기세가 오르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을까요? 승희 <퀸덤> 때였던 것 같아요. 그게 저희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음악이나 실력을 보여줄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그동안 다양한 컨셉트를 할 수 있다고는 했었지만 막상 그걸 보여줄 큰 무대가 없었거든요. 근데 <퀸덤>의 경연 무대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게 오마이걸에게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생각하나요? 비니 외부에 보이는 건 <퀸덤>이 크죠. 그런데 내적으로 가장 결정적인 때는 <Coloring Book> 활동을 마친 후 보낸 1년간의 공백기였어요. 멤버들이 그때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굉장히 많이 변했고 훌쩍 성장했거든요. 승희 그때 만약 지금 준비한 이 앨범이 성공하지 못하면 오마이걸은 이제 끝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멤버 모두 힘든 시기였어요. 비니 많이 울었지. 승희 맞아. 우리 팀이 당장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어요. 막연하고, 답답하고, 조급하고, 참 힘들었죠. 다음 앨범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그때까지 같이 연습했던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 같이 아주 열심히, 간절하게 준비했어요. 그렇게 준비해서 나온 게 <비밀정원>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제일 잘된 앨범이 됐어요.
그렇게 준비한 앨범 <비밀정원>으로 데뷔한 지 1천9백일 만에 첫 1위를 했어요. 그리고 최근 발매한 ‘살짝 설랬어’로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했는데, 그게 1천8백33일 만에 만들어낸 결과라고요? 승희 와. 1위를 했던 그룹 중에 저희가 제일 오래 걸렸더라고요. 비니 맞아요. 그걸 누가 댓글로 정리해줬는데, 오마이걸 관련 댓글 중에 제일 유명해요.
그 댓글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승희 우리 잘 버텼다.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언제까지?’ 하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버티니까 알아봐주더라고요. 비니 맞아. 참아라, 버텨라.(웃음)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요? 승희 서로 멘털이 무너지지 않도록 잘 잡아준 것 같아요. 제가 음원 순위를 보며 욕심을 놓지 못해 힘들어할 때마다 미미 같은 멤버들이 ‘지금 순위 낮은 거 어떻게 할 수 없어. 이미 결정된 일이고 괜찮아. 내일 당장 무대가 있으니까 그걸 잘하면 돼’ 하며 다독였어요. 반대로 욕심을 갖고 가열차게 움직여야 할 땐 그렇게 만드는 멤버들이 있었고요. 오마이걸만의 계단식 성장을 만든 건 멤버들의 합이라고 생각해요.
1위를 하고 팀이 주목받으면서 역주행 하는 곡도 생겼어요. 그중 유독 반가운 곡이 있을까요? 승희 ‘Windy Day’요. 무척 수준 높은 곡이라 더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거든요. 2016년 당시에 오마이걸이 아닌 더 유명한 가수를 만났더라면 한껏 빛을 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곡이에요. 비니 저는 <퀸덤>으로 재조명된 ‘Twilight’이요. 오마이걸의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곡이고, 덕분에 대중이 저희 음악을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보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제 이 기세를 몰아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을까요? 승희 고등학생 때부터 마이클 부블레에 빠져 재즈를 좋아했어요. 데뷔하면서 다른 음악도 많이 듣긴 했는데, 결국 재즈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언젠가는 오마이걸만의 재즈도 해보고 싶어요. 비니 오마이걸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은데, 일단은 지금 나이에 맞는 펑키한 걸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멤버들이 펑키하고 리드미컬한 곡들을 잘 살려내거든요.
두 사람 모두 음악을 할 수 있는 길을 찾다 지금의 팀을 만났다고 들었어요. 아이돌 그룹이 아니었다면 하고 싶은 음악을 더 자유롭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비니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저의 편견이었던 것 같아요. 승희 맞아. 비니 걸 그룹을 하면 좋겠지만 제한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오히려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은 것 같아요. 팀이기 때문에 제가 부족한 걸 보완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혼자라면 못 할 일을 친구들과 함께 했기에 가능한 게 많아요. 배우는 것도 많고요.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요? 비니 전에는 사람들의 평가에 신경 아주 많이 썼어요. 데뷔하고 앨범 활동을 할 때도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급하게 데뷔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컸어요. 그 생각 때문에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 조금 과장하면 1분 1초마다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런데 멤버들과 대화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 제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를 믿고 다르게 바라보니까 무대 위에서도 다른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지금도 완벽하게 바뀌진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요. 승희 댓글을 봤을 때 와 닿는 말이 있는 반면 너무 터무니없이,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욕을 하시는 분도 있어요. 평가가 아닌 지적. 비니 비난이지. 승희 그래 비난. 그런 글들이 저한테 많아요. 그런데 이제는 걸러내는 방법을 많이 배웠어요. 지금은 그냥 웃겨요.
요즘에도 그런 댓글이 많아요? 비니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와요. 저는 재밌어요.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면서 그냥 봐요. 사실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해요. 그런데 저 정말 상처 하나도 안 받아요.(웃음)
단단해졌네요.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까요? 승희 사실 데뷔 전부터 겪어온 일이긴 해요. 2007년에 <전국노래자랑> 나간 이후부터 음악 신동으로 불리며 방송에 여기저기 출연했는데, 그때도 이유 없이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땐 또래 초등학생들이 그랬다면, 지금 성인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런데 성인이라고 해도 마음은 똑같을 거라 생각해요.
반대로 마음에 남는 좋은 말도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승희 몸이 많이 아프셨던 분인데, 제가 방송에 나오는 걸 보고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래 불러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줬어요. 그걸 보고 무척 기분이 좋았어요. 열심히 노래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비니 노래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나 봐.(웃음) 저도 예전에 우울증이 심했던 팬이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희망을 얻었다는 말을 해줬거든요. 제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고, 그걸 보고 누군가 치유받을 거란 생각은 못 했는데 너무 감사했어요. 그런 보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처음 가수를 꿈꿨을 때 상상했던 일들은 이제 모두 이뤄졌나요? 승희 처음 가수가 되려고 꿈꿨을 때의 일은 벌써 다 이뤘어요. 무대에 서서 관객들에게 박수 받으면서 노래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새롭게 이루고 싶은 꿈들을 만들고 있어요. 얼마 전에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이 빌보드 차트 1위를 했잖아요. 그게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 다시 꿈꾸게 되더라고요. 1위까진 아니더라도 그 행보를 따라 걸을 수만 있다면. 해보고 싶어졌어요. 비니 어릴 때부터 욕심이나 야망이 없는 편이라 가수를 꿈꿨을 때도 목표가 없었어요. 그냥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전부였는데, 오히려 데뷔하고 나서 목표를 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이 팀이 소중한 만큼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만큼 더 잘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지금이 오마이걸에게 어떤 시기일까요? 승희 진짜 시작. 데뷔는 오래전에 했지만,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이제야 비로소 사람들이 우리를 봐주는 느낌이거든요. 맨 끝 줄에 있어서 보이지도 않다가 얼마 전부터 조금씩 앞 줄로 넘어와서 이제는 고개를 살짝 꺾으면 보이는 정도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 줄은 아니고요? 승희 완전 가까이는 아니에요. 거긴 BTS 선배님들이 계시죠.(웃음) 저희는 두리번거리면서 찾다 보면 발견하는 정도죠. 특히 저랑 비니는 키도 작아서 깡총깡총 뛰면서 ‘저 여기 있어요!’라고 해야 해요. 이제 더 가까이 가서 오마이걸이라는 팀을 모두에게 각인시킬 준비를 잘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