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솔로 싱글 ‘에일리언’의 작업을 마쳤어요. 악동뮤지션의 이수현과 솔로 이수현의 음악은 어떻게 다른가요? 악동뮤지션 때와 완전히 다른 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자 목표였죠. ‘에일리언’은 완전한 팝 사운드로 이뤄졌어요. 뮤지션으로서는 새로운 시도지만 댄스 팝은 언젠가 해보고 싶었고 원래 좋아하는 장르예요. 악동뮤지션으로 이런 음악을 하게 되었을 때는 지나치게 귀엽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솔로곡으로 준비하면서 그 생각을 완전히 떨칠 수 있었죠.
이전과 다른 시도를 한다는 건 듣는 사람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올 테고, 그런 점에서 도전일 것 같아요. 솔직히 두려움은 조금 있어요. 지금까지 친근한 이미지의 뮤지션이었고 최근에 <비긴어게인>을 활동해 더욱 그렇죠. 아파트에서 오가는 길에 이웃을 만나면 조카에게 하듯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분도 많고요. 악동 뮤지션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번 솔로곡의 독특한 컨셉트가 무척 낯설게 느껴질 거예요. 이런 부분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활동을 주저할 만큼은 아니었어요.
이번 솔로곡 활동을 앞두고 가장 기대되는 점은 뭔가요? 솔로곡을 위한 모든 활동이 기대돼요. 이전에는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메시지와 더불어 퍼포먼스도 많이 준비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준비 중이에요. ‘에일리언’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한 말이 ‘재밌겠다’예요. 활동할 때 진짜 재밌겠다.
헤어 컬러를 굉장히 과감하게 바꿨는데, 그 때문인가요? 비주얼에 변화를 주는 과정도 재미있었을 것 가아요. 맞아요. ‘에일리언’은 곡이 아주 쉽게 빨리 나왔어요. 찬혁 오빠가 좋은 데모를 만들었고 피제이가 편곡해서 완전한 팝 사운드가 별 어려움 없이 완성되었죠. 그래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 시간 동안 비주얼 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죠. 우선 이 머리 색이 나오기까지 염색과 탈색을 거듭하느라 엄청 힘들었어요.(웃음)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는 컬러 렌즈도 색색으로 꼈어요. 장면마다 바뀌어요. 메이크업이나 액세서리도 지금껏 해보지 않은 것을 많이 시도했어요. 네일 아트도 엄청 길게 붙이고. 비주얼적으로 이런 시도하면서 상반된 생각이 동시에 들더라고요. ‘이거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와, 이거 몹시 위험하다.’
뭐가 위험하게 느껴진 걸까요? 중독되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사실 헤어 피스를 붙이고 인조 속눈썹을 두 개씩 붙인 채 액세서리까지 하곤 걷는 게 엄청 불편하고 무거웠어요. 그런데 이렇게 꾸미는 데 익숙해지면 원래의 나로 돌아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아주 재미있는 놀이일 뿐이고 이런 것에 중독되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퍼포먼스도 궁금해요. 지금까지 제가 1분 이상 춤추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요. 짧은 퍼포먼스가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춤을 춰요. 이런 부분도 제게 큰 도전이죠. 마치 게임에서 새로운 퀘스트가 열린 느낌이에요. 춤을 추며 라이브로 노래하는 게 참 힘든 일이더군요.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연습할 게 조금 줄어들 때가 있어요.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이제 다음 도전은 뭐지? 하고 생각할 때면 다음 퀘스트가 딱 등장해요. 지금은 춤추면서 흔들리지 않고 노래하기에 매진하고 있어요.
보이는 것 외에 ‘에일리언’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나요? 이 노래에는 독특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엄마가 어느 날 자존감이 떨어진 딸에게 그간 감춰온 비밀을 얘기해요. 사실 너는 다른 행성에서 살던, 이 지구를 구원할 만큼 힘이 엄청 센 에일리언이라고요. 이 말은 들은 딸은 점점 자아를 찾게 되고 결국엔 ‘슈퍼 짱’이 되죠. 가사가 굉장히 독특해요. 듣다 보면 ‘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생각이 들 거예요. 하지만 알고 보면 가사가 무척 따듯해요. 전 이 노래를 부르면 마음에 힘이 생겨요. 지금 제가 집중하고 있는 메시지는 자존감이에요. 세상의 기준이 획일적이잖아요. 그 기준이 너무 단단해 깨기 쉽지 않고요. 많은 사람이 이걸 깨려고 노력하지만 지금보다 더 많이 깨졌으면 해요. 다양한 사람이 존중받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요.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멀리서 바라보는 세상은 잔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다이내믹하죠. 바다를 가까이에서 보면 파도가 치지만 먼 곳에서는 파도가 느껴지지 않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건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티스트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걸 표현해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세상에 새로운 것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들.
가장 애정이 가는 가사는 어느 부분이에요? ‘망할 이 지구를 구할 에일리언’. 자신감이 극에 달했을 때 곡의 클라이맥스에서 외치는 말이에요.
아티스트가 세상에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때문이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아티스트 본연의 모습도 중요할 거예요. 착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선한 영향력이어야 하죠. 그 선의는 거짓으로 만들어질 수 없어요. 제 음악이 누군가를 살렸으면 좋겠어요. 이런 선한 영향력을 가지려면 저 자신이 그렇게 살아야 해요. 좋은 뮤지션은 선한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대하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나요? 완전히 변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바뀔 거예요.
어떻게 변하고 있어요? 전 음악을 시작한 시기를 특정할 수 없어요. 제게 노래는 늘 놀이 도구였거든요. 마치 애착 인형처럼 늘 가지고 놀면서 즐기고, 함께하면 행복한 친구 같은 존재예요. 그러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조금씩 달라졌어요. 오디션의 특성상 제가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그때 누군가에게 음악은 못 하게 되면 눈물 흘릴 만큼 간절한 대상이라는 걸 알았고, 음악을 행복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가볍게 다가가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다시 음악을 꼭 무겁고 진지하게만 대하지 않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비긴어게인>에 출연하며 선배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매일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선배들이 참 존경스러웠어요. 한번은 제가 이런 말을 했죠. “음악이 내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계속 행복을 위해 노래하고 싶어요.” 제 얘기를 들은 선배들이 마음이 트이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때 이게 바로 내 역할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 전에는 늘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고 깊이 생각하는 오빠를 보면서 ‘나는 왜 오빠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죄책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음악을 저처럼 대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관객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많은 선배들과 함께 공연한 <비긴어게인>이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아주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우선 선배들에게 노래하는 자세를 많이 배웠죠. 선배들은 소화가 되지 않으면 노래가 잘 안 나온다고 식사도 거의 안 하세요. 목 관리를 위해 실내 습도도 세밀하게 조절하시고요. 최고의 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배웠어요. 그리고 <비긴어게인>을 하며 스스로 큰 깨달음도 얻었어요. 저는 늘 노래를 마친 후의 순간을 즐겼거든요. 잘 부르고 나서 ‘아, 잘 끝냈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한 번은 모니터링하다가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어요. 노래를 부르는 동안 주변 환경이 너무나 아름다운데도 저는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완벽하게 부르지 못하더라도 노래하는 순간 주변을 느껴야겠다고 다짐했죠. <비긴어게인> 시즌 3부터는 제가 부르는 한 소절 한 소절이 느껴졌어요. 가령 ‘It Must Be L.O.V.E’를 부르면 L에서는 어떤 바람, O에서는 어떤 눈빛, V에서는 무슨 나무, 이런 식으로 부르는 순간 순간이 모두 느껴졌어요. 버스킹을 하는 진짜 이유를 깨달은 거죠. 그제야 진짜 버스킹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깨달음 끝에 제가 즐기고 싶은 순간을 느끼며 노래할 수 있게 됐어요.
언젠가 많은 시간이 지난 후 뮤지션으로서 겪고 싶은 변화가 있나요? 아주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싶어요.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은 모두 몽골에서 보낸 시간인데 그곳에서 살 때는 캠핑할 때 ‘불멍’ 하듯 ‘별멍’을 했어요. 밤하늘에 별이 가득해서 손을 뻗으면 별에 닿을 듯했거든요. 말 타고 초원에 나가 뛰어놀고. 제주에서 그런 삶을 살며 음악과 함께하면 좋겠어요.
음악과 함께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는다면요? 너무 많아요. 어릴 때는 노래 부르고 나서 누가 칭찬해주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집에서도 하루 종일 노래했죠. 지금까지도 노래 부르고 박수 받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마지막으로 ‘에일리언’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할까요? 기죽지 마라. 당신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이니 그 사실을 알고 더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