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밴드>를 통해 결성된 밴드예요.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 팀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경연을 하면서 팀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나요?
조원상 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성향이 조금씩 있는데, 그래서인지 넷이 있으면 학창시절로 돌아가 노는 느낌이었거든.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신광일 저는 개인적으로 음악을 하면서 그루비룸 같이 길을 잘 잡아주는 프로듀서의 필요성을 느꼈었는데, 원상이 형이 있음으로서 좋은 음악을 하는 밴드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팀 이름은 누가 지은 건가요?
최상엽 <슈퍼밴드> 할 당시에 머물던 작업실에 루시라는 강아지가 있었는데, 광일이가 그 이름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조원상 프로그램을 하면서 ‘강아지같다, 비글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사실 해외에서는 여성의 이름으로 많이 쓰이는데, 저희는 남자들로만 이뤄진 밴드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편견을 깨는 것 같아 좋았어요.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 중 하나가 편견 없는 음악이었거든요.
루시는 어떤 음악을 하는 팀이라 소개할 수 있을까요?
조원상 추억, 동심, 순수함을 노래하는 밴드입니다. 장르는 구분내리지 않아요. 경계를 두는 걸 선호하지도 않고요. 굳이 정의내려야 한다면, 포괄적인 의미에서 팝이라고 해요.
루시가 하는 음악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일상의 사운드를 채집해 음악에 활용하는 방식이에요.
조원상 음악은 청각적인 예술이잖아요. 그런데 그것만으론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쉽게 닿을 것 같았어요. 좀더 공감각적인 표현을 하고 싶어서 음악이 아닌 다른 소리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최근 발매한 곡 ‘선잠’이 그런 사운드를 가장 많이 활용한 곡이에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출퇴근길에 사람들이 버스 타는 소리가 들어가있고, 중간에는 아이들이 웃으면서 뛰어 노는 소리도 있고, 마지막 브릿지는 화성 악기로서 알람 소리를 썼어요.
신광일 버스 타는 소리는 실제로 강남역이랑 논현역 부근에 가서 녹음한 거예요. 음악 곳곳에 그런 사운드를 넣음으로서 어떤 상황이나 공간을 상상하길 바라는 거죠.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하면, 보통의 밴드 구성과 달리 바이올린을 켜는 멤버가 있다는 거예요.
신예찬 예전에는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처럼 클래식 음악을 했었어요. 밴드 음악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도 없었고요. 그런데 친구들과 버스킹을 하면서 밴드 음악에 관심이 생겼고, <슈퍼밴드>를 하면서 기타나 드럼같은 악기들과 같이 무대를 만드는 것에 멋과 재미를 찾게 됐어요. 국내에서 악기 구성에 바이올린이 있는 팀은 우리가 유일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우리만의 특별함을 잘 살리고 싶어요. 제 바이올린 소리로 음악의 섬세함을 더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단 하나의 곡으로 루시를 설명해야 한다면, 어떤 곡을 떠올리나요?
조원상 ‘선잠’이 루시의 이미지를 잘 표현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었나’나 ‘you don’t have to be an adult’ 같은 가사들이 계속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싶은 우리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신예찬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어디로 가도 좋아’라는 말도 우리가 추구하고 싶은 방향이에요. 우리는 어디를 정해놓고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때마다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면서 즐기고 싶거든요.
최상엽 저는 데뷔곡 ‘개화’요. ‘파랗게 피어날 거야’라는 가사가 개인적으로 루시를 대표하는 문구라고 생각해요.
신광일 저는 ‘난로’라는 미공개곡이 생각나요. 우리 넷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곡이거든요.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모두 자체제작을 한다고요.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나요?
신예찬 전반적으로는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원상이의 주도하에 이뤄져요. 원상이가 만든 곡을 들려주면 저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이 의견을 보태는 식이에요.
조원상 제가 우유부단한 편이라 결정을 못내리고 있을 때 멤버들이 방향을 잡아주는 편이에요. 특히 가사는 상엽이 형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요.
원상은 작곡가이자 프로듀스의 입장에서, 만든 곡이 앨범에 실릴지 버려질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나요?
조원상 곡을 들려줄 때 멤버들이 핸드폰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봐요.(웃음) 어제도 작업한 곡을 들려줬는데 다행히 다들 핸드폰을 내려놓고 ‘좋은데?’라고 하더라고요.
밴드 음악의 매력은 라이브 무대에서 알 수 있는데, 올해 5월에 데뷔를 해서 지금까지 관객과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음악을 들려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울 것 같아요.
조원상 아무래도요.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울렁울렁 해요.
어떤 제약도 없다면, 어떤 무대를 꿈꾸나요?
조원상 정말 큰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와 같이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보컬인 상엽이 형한테는 미안하지만 장대한 규모의 연주곡을 만들어서 라이브 무대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꿈이 있어요.
신예찬 일주일에 한번씩 계속 버스킹 하러 나가는 거요. 예전에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언젠간’이라고 소망하게 되네요.
최상엽 뮤직비디오 찍을 때나 라이브 무대에서 다같이 핸드폰을 버리는 퍼포먼스를 생각한 적이 있어요. 뭔가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마음을 그렇게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해요.
신광일 빨리 해외투어를 가고 싶어요.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을 보니까 해외에서도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우리나라와서 공연해주면 안 되냐는 말이 많은데, 꼭 가서 그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앞으로 루시의 음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최상엽 우리의 음악을 듣는 순간이 ‘좋았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요. 그리고 그 기억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신예찬 동심이요. 지금 이 마음 그대로 천진난만하게 음악하는 모습을 잃지 않기를 바라요. 무대에서도 필요할 것 같고, 만드는 음악에도 계속 동심이 담겼으면 해요.
신광일 그런 의미에서 예찬이 형이 계속 다양한 염색을 시도했으면 좋겠어요.(웃음) 형이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곡마다 머리색을 다르게 하고 있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시도했으면 해요.
조원상 저는 현실적인 건데, 돈 문제로 싸우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지금 멤버들 사이가 정말 좋거든요. 그런데 나중 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그 문제만 아니면 평생 행복하고 사이좋게 할아버지 될 때까지 음악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코로나19가 끝나고 관객을 만나는 첫 무대에서, 어떤 곡으로 오프닝을 하면 좋을까요?
최상엽 ‘개화’요.
신예찬 그게 니 목에 괜찮겠어? 고음이 많은 곡이거든요.
최상엽 힘든 거 빨리 쳐내야지.
조원상 그래. 나도 ‘개화’가 좋아. 데뷔곡이기도 하고.
신광일 상상만으로도 설레네요. 얼른 하고 싶어요. 다들 꼭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