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파리의 날씨를 예감하고, 검은 우산을 초대장으로 보낸 그녀의 새 시즌 테마는 ‘Mar´ee Noire’. 영어로 블랙 타이드, 즉 기름 유출을 뜻하는 이 타이틀 아래, 야속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쇼에 등장한 이들을 디자이너는 ‘기후 전쟁 끝에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힙스터들의 마음을 움직일 미래적인 감성을 주입한 스포티즘은 여전했는데, 이토록 세기말적인 옷 외에 우리가 더욱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 컬렉션의 절반가량을 바다에서 건진 플라스틱 병 등 업사이클링 소재로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테리 소재 드레스와 스커트 수트에 대해서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항상 타월을 가지고 다니거나 스스로 스펀지가 되어야 할 수도 있어요” 라며 위트 있게 경고했다. 한편 그녀가 표현하고자 했던 살‘ 아남은 사람’은 시니어 모델, 임신부, 개 등 다름을 존중한 캐스팅을 통해 리얼리티를 배가했다. 이제 누구든 마린 세레처럼 환경과 다양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를 내놓아야 할 때다. 어떤 디자이너가 패션계에서 살‘ 아남은 사람’ 이 될지는 시간이 증명해줄 테니까.